알고리즘에 갇힌 자기계발
🔖 그러는 사이 기업의 데이터 감시자들은 자신들의 이윤을 헤아린다. 만족할 줄 모르는 소비자(불교 교리에 따르면 절대적 공포)는 광고계에서 가장 이상적인 표적이다.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된 자기애의 형태로 자기 관리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데이터 경제에서 더없이 좋은 먹잇감이다. 그들은 계속해서 데이터를 생산하고 개인 맞춤화된 광고를 순순히 받아들인다. 이런 맞춤형 광고는 사람들이 수천 명의 ‘친구들‘에게 공유한 마음속 비밀을 수집하고 그들의 취향을 앞다투어 활용함으로써 새로운 욕구를 만들어 내고 이미 부자인 최신 기술 및 미디어 기업 소유주들의 배를 더 불린다. 그러는 동안 이런 도착적 형태의 후기 기독교식 고백과 신인문주의식 커뮤니케이션은 괴로움에 찌든 육체와 정신이 마침내 포기를 선언할 때까지 끊임없이 실패하고 패배하는 피지배자를 생산해 낸다. 자기 계발 문화와 개인적 성취를 이루어야 한다는 압박의 결합은 파괴적이다. 언젠가는 포기해야 하는 시점이 온다. 한병철이 『피로사회』에서 설명한 대로 "성과 주체는 더 이상 유능할 수 없다."
그러나 신스토아주의나 후기 프로테스탄티즘, 신자유주의 문화가 우리에게 말하려는 것과는 반대로 실패가 우리 잘못인 것만은 아니다. 무언가를 개선하는 일이 개인의 책임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를 강박적이고 영원히 불행한 자기 계발 실천가로 만드는 사회 문화적 환경, 즉 이 현대 사회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우리는 선택하고 행동한다. 하지만 언제나 사회 문화적 환경, 기술 환경, 자연환경 등에 의해 만들어져 왔다. 인간은 뼛속까지 관계적이고 환경의 영향을 받는 존재다. 그러므로 더 나은 인간이 되고 싶다면 먼저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고 자기 인식에 대한 한계를 인정하며 타인을 기꺼이 수용하고 주위 환경에 건설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자기 자신을 반드시 사랑해야 한다면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지 않고 인정하는 자기애를 발전시켜야 한다. 그런 자기애가 있다면 집착적인 자기 계발을 할 필요가 없다. 진정으로 자신을 발전시키고 싶다면 자기 계발 행동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성장을 시작해야 한다. 성장을 위해서는 주고받을 수 있는 타인과 환경이 필요하다.